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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 시간여행의 과학과 상상 사이

브브라이언solar 2025. 6. 12. 10:00

Photo by Shawn Lee on Unsplash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본 시간여행

 

 

과거로 돌아가서 로또 번호를 적어오고 싶었던 적, 있으시죠? 아니면 미래로 가서 내 자식들이 잘 살고 있는지 훔쳐보고 싶은 상상? 이처럼 타임머신은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판타지이자, SF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하지만 그저 상상에 불과할까요? 오늘은 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도 많은 과학자들이 진지하게 연구한 시간여행의 과학적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1. 시간은 흐르는가, 아니면 존재하는가?

 

시간을 이해하려면 먼저 물어야 할 게 있어요. "시간은 정말 흐르는 걸까? 아니면 그냥 존재하는 걸까?" 우리는 항상 ‘시간이 흘러간다’고 느끼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이 직관을 완전히 뒤집습니다. 시간은 공간과 분리된 게 아니라 ‘시공간’이라는 하나의 덩어리로 묶여 있죠. 즉, 시간은 고정된 4차원 구조 안의 한 축일 뿐, 단지 우리가 ‘현재’를 따라 움직이고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쉽게 말해,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가 접근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걸 이해하면 시간여행이라는 개념이 그리 터무니없지 않다는 걸 느끼게 돼요.

 

2. 시간여행은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2-1. 특수상대성이론: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이 느려진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릅니다. 이걸 ‘시간 지연(time dilation)’이라고 하죠.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는 우주비행사들은 지구보다 아주 조금 더 느린 시간 속에서 살고 있어요. 그 차이는 아주 미세하지만, 실제 시간여행의 가장 가까운 증거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이론적으로는, 광속에 아주 가깝게 날아가는 우주선을 타면 몇 년 동안 여행하고 돌아왔을 때, 지구에는 수십 년이 흐른 상태가 됩니다. 이건 미래로의 시간여행이 실현 가능하다는 의미예요.

 

2-2. 중력이 강한 곳에서도 시간이 느려진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블랙홀 근처에 가면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설정, 기억나시죠? 이건 진짜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은 느려집니다. 그래서 블랙홀 주변처럼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몇 분’이 외부 세계의 ‘몇 년’과도 같아질 수 있어요. 이 역시 미래로의 시간여행 방식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3.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가능할까?

미래로 가는 건 물리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쳐도, 과거로 돌아가는 건 훨씬 어렵고 복잡합니다.

 

3-1. 웜홀 이론

 

웜홀은 우주 공간의 두 지점을 잇는 ‘지름길’ 같은 통로예요. 아인슈타인과 로젠이 처음 제안해서 ‘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라고도 부르죠. 이론상, 한쪽 입구를 빛보다 빠르게 이동시키면 시차가 생기고, 그걸 통해 과거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문제는 이런 웜홀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고, 있다고 해도 그 안을 통과할 수 있는 구조로 존재할지는 모른다는 점이에요. 과학적으로는 아직 이론에 불과합니다.

 

3-2. 회전 우주? 괴델의 모델

 

수학자 쿠르트 괴델은 우주가 특정한 방식으로 회전한다면, ‘폐곡선 형태의 시간축’이 생겨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제안했어요. 하지만 이 모델은 현실의 우주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4. 시간여행의 역설 – 할아버지 역설

시간여행 이야기를 하면 꼭 나오는 게 ‘할아버지 역설’입니다.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내 할아버지를 죽이면, 나는 태어나지 않겠죠? 그런데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과거에 가서 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었을까요?

이처럼 원인과 결과의 순서가 꼬이는 문제를 시간여행의 최대 난제로 꼽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으로는 다중우주 이론(멀티버스)이 있습니다. 내가 과거에 간 순간, 새로운 우주가 갈라져 나오고, 내가 바꾼 역사는 그 다른 우주에서만 일어난 일이 되는 거죠. 이 외에도 정해진 역사는 바꿀 수 없다거나 모순을 일으키는 자가 소멸한다는 등의 내용도 있습니다. 

5. 과학과 철학의 경계에서

시간여행은 과학뿐 아니라 철학의 주제이기도 해요. 우리는 늘 ‘현재’라는 시점을 중심으로 사고하지만, 만약 시간도 공간처럼 존재하는 좌표라면, ‘지금’이라는 것도 착각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는 거예요. 대표적으로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우리가 느끼는 시간은 엔트로피(무질서도)의 증가 때문일 뿐이라고 주장하죠.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간여행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현재까지의 과학적 결론입니다.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상대성이론에 따라 일정 조건 하에서 가능하지만,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수많은 역설과 기술적 난관, 에너지 문제로 인해 아직 실현 불가능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가 이렇게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현실적인 가능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시간여행은 인간이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기억하고,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반영하는 거울 같은 존재입니다.그리고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이미 어딘가로 ‘여행’을 시작한 셈일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먼 미래에 타임머신이 실제로 가능해진다면, 아마도 우리가 알고있는 시공간의 개념자체가 완전히 달라져 있는 시점이 아닐까요(특히, 과거로 가는 일은)